||||||||||||| 2018. 5. 19. 22:12










  후지마루 리츠카에게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그 '인력'은 감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후지마루 리츠카가 지닌 신념이나 그의 행동에 사람들이 따르는 형태로.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물리적인 방향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지금 이 순간이 그때인 모양이다.




  "……음, 닥터?"




  리츠카는 곤혹스러운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레이시프트해 오자마자 서번트를 주운 것 같은데."




  눈앞의 주차장에는, 아무리 봐도 서번트로밖에 보이지 않는 한 명의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서번트 랜서. 진명, 카르나."


  "예?"


  "잘 부탁한다."




  령주 한 획 분의 마력을 흘려보내자 그는 금방 깨어났다. 흘러들어온 마력의 출처를 알고, 리츠카의 손등에 있는 두 획의 령주를 본 그가 자신을 그렇게 소개했다. 어떤 서번트인지도 모르고 마력을 나눠주는 건 위험하다고 걱정하던 닥터 로마니는, 그의 진명을 듣자마자 시끄럽게 소리쳤다. 




  [카르나라고? 그 마하바라타의 대영웅, 카르나란 말이야?!]


  "그렇다."


  [리츠카 군, 카르나는 아르주나의-]




  리츠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알고 있다. 




  "아르주나의 숙적이자, 지는 쪽의 영웅인……."


  "그렇다."




  뒤의 말은 거슬릴 법한데도, 눈앞의 서번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단정한 얼굴 어디에도 불쾌해하는 기색은 없다. 


  리츠카는 카르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르주나로부터 지나가듯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어쨌든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리츠카는 그를 유심히 살폈다. 


  뻗친 흰색의 머리카락이나,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는 아르주나와 정반대의 색이다. 정리되어 있지 않아 거칠고 날카로운 느낌이 있다. 그러나 얼굴의 조형이 섬세하고 눈매가 또렷한 것은 아르주나와 비슷하다. 사람을 가차없이 꿰뚫어보는 눈빛도. 


  영웅으로서 많은 것을 요구받아온 사람의 눈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여기에서 카르나가 나타나다니…….]




  스크린 너머로 으음, 하고 닥터 로마니가 어려운 소리를 냈다. 




  [그도 이 맨션에 끌려온 걸까?]


  "그런 것치고는 냄새가 나지 않는걸."




  옆에서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던 시키가 툭 내뱉었다. 




  "죽음이나, 원념 같은 것의 냄새 말이야. 너, 이곳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성질이잖아?"


  "시키 씨, 전혀 망설임 없이 '너'라고……."


  "그럼 너 말고 뭐로 부르란 거야. 어디의 영웅이니 뭐니 하는 건 모른다고."




  시키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쩌죠, 하는 시선으로 마슈가 리츠카를 돌아보았다. 리츠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어쩌다 왜 여기에 왔는지 물어봐 주겠어, 리츠카 군?]


  "……그렇다고 하는데요. 카르나, 여기에는 무슨 일로?"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였다."


  […….]


  


  그렇게 말하는 카르나의 표정도 어조도 지극히 평온했다. 정말 지나칠 정도로 평온해 진실도 거짓도 의심하기 어려운, 하나의 객관성 같았다.




  [그, 그렇군요…….]


  "……."




  그러니까, 이 서번트가 하는 말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실이겠거니 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시키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마슈와 리츠카, 로마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가 그렇다고 한다면 정말 그런 거겠지. 




  [그럼, 다른 기억이라든가?]


  "네가 원하는 종류의 것은 없다. 있는 것은 생전의 기억 정도다."


  [으음…….]




  다시금, 침묵.


  난감하다면 난감할 상황이다. 아마 카르나는 자신이 왜 이곳에 있는지도 기억을 못 하고 있을 뿐더러 그 외의 기억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서번트로 존재하는 이상은 마스터가 있거나, 아니면 그를 소환한 존재가 있다는 것일 텐데. 


  아니, 그렇다고 생각을 하면, 조금 전에 마력을 잃어 거의 빈사 상태로 있었던 것은 모순이 되나. 


  닥터의 조언을 구하려 스크린 쪽을 흘끗 돌아보자, 닥터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표정을 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한참 동안의 침묵을 깨뜨린 것은 시키였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올라갈 거야, 말 거야?"




  이쪽은 빨리 해치우고 싶다고, 하고 그녀가 덧붙였다. 리츠카는 그제서야 그녀를 돌아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가긴, 가야지."


  "언제까지 여기에 죽치고 앉아 있을 순 없잖아? 이제 슬슬 결정하라고."




  맞는 말이다. 


  어쨌든 그들은 여기 계속 서 있기만 하려고 레이시프트해 온 것이 아니다. 리츠카 본인도, 마슈도, 이곳으로 끌려간 서번트들을 되찾기 위해 왔으니까. 시간을 지체한다고 해서 마땅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리츠카는 여전히 눈앞에 서 있는 카르나를 쳐다보았다. 




  "……카르나, 갑작스러운 질문이지만."


  "신경쓰지 마라."


  "카르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물어봐도 돼?"


  "나 말인가."


  "응, 어딜 가야겠다거나, 아니면 여기 있어야겠다거나."




  카르나는 멀뚱히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부터 이 맨션을 탐색해 보려고 하거든."


  "내게 동행 여부를 묻는 건가?"


  "그런 셈."




  앞으로 싸울 일이 없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아르주나를 포함해 칼데아에서 끌려간 서번트들을 모두 찾아내 돌아갈 생각으로 왔으니까. 얼마의 전투가 남아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행을 결정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츠카를 바라보던 카르나가 입술을 떼었다. 




  "너는 처음 보는 내게도 선뜻 마력을 나눠줬다. ……그렇다면 그에 응답하는 것이 도리겠지."


  "그럼."


  "칼데아의 마스터, 후지마루 리츠카. 네가 내게 준 것만큼, 나 역시 너를 돕도록 하겠다."




  그가 자신의 창을 들어올렸다. 무덤덤한 표정이었지만 카르나의 어조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데려가 주겠나."


  "……카르나가 괜찮다면."


  "물론이다."


  "시키 씨도 있고, 카르나 씨도 있다니. 든든하네요."




  마슈가 살짝 웃으며 리츠카를 돌아보았다. 리츠카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드디어 진입을 좀 해 보겠군."




  옆에 비껴 서 있던 시키가 한숨과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갈까."




  리츠카는 그렇게 말했고,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가벼운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주차장을 가로질러, 네 사람은 맨션의 입구로 향했다. 걸어가면서 리츠카는, 맨션의 어딘가에 있을 아르주나를 떠올렸다. 


  명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르주나는 그를 두고 평생의, 무언가라고 말했다. 뭐였더라? 리츠카는 앞장서서 걷는 동시에, 생각에 빠졌다. 카르나라고 하는 남자입니다. 그의 존재는, 제게 있어서는 평생의 --


  그 이야기를 하던 아르주나의 옆얼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 다음 말은 기억나지 않았다. 리츠카는 살짝 후회했다. 


  평생의, 뭐였을까. 


  뒤를 돌아보면 카르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맨션을 올려다보며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