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g,

* 마스터 아르주나+서번트 카르나 / 마스터 카르나+서번트 버서커(아르주나 아님)










  아르주나는 몇 미터를 튕겨져 뒤로 날아갔다. 


  평소 익혔던 체술과 마술의 보조가 없었다면 분명 그보다도 더 날아가 벽에 부딪히거나 쓰러졌을지 모른다. 그만큼 엄청난 양의 마력 방출이었다. 동시에 그의 앞에 안개처럼 일렁이며 나타난 남자를, 아르주나는 보았다. 


  갈색의 몸, 타는 듯한 붉은색의 안광, 땅을 울리는 낮은 울음소리. 그것이 휘감아올리는 마력의 돌풍은 건물의 뼈대마저 흔들리게 할 정도다. 그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뒤로 눌려 밀려나는 듯한 위압감을 느낀다. 아르주나는 그 존재가 무엇인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이것은, 틀림없이 성배전쟁에 불려나온 영령-서번트다. 그리고 이 서번트의 클래스는 아마도. 




  "……버서커."




  신음 섞인 아르주나의 나직한 목소리에 응답하듯, 눈앞의 서번트는 우릉거리는 소리를 내질렀다. 뜻은 알 수 없으나 그것이 한때 하누만의 심하나다와 같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복도의 바닥을 박찬 그것이, 아르주나에게 뛰어들었다. 생겨났던 거리가 순식간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어진다. 


  인식보다도 빠르게 날아온 서번트가 검은 불꽃을 휘감은 팔을 치켜들었다. 


  죽는다. 


  막연한, 인식.




  "-멈춰라, 버서커!"




  아르주나의 목 앞에서, 그 손이 멈췄다. 강한 마력이 서번트의 손을 옭아매고 있다. 그것이 령주임을 안 아르주나는 재빠르게 뒤로 몸을 물렸다. 서번트는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불타는 눈으로 아르주나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령주의 제약에 묶여 있는 이상 한 걸음을 떼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버서커가 그의 마스터를 돌아보았다. 




  "버서커, 진정해라! 그는 내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카르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의 서번트는 짐승과 닮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르주나는 그 두 존재가 지니는 형태에서 모순을 느꼈다. 카르나의 표정은 당혹스러워하고는 있으나 그 태도는 여전했다. 당장이라도 폭발해버릴 것처럼 흔들리는 화산 앞에 서 있는데도, 버서커에게 그 말을 반복해 들려주고 있다. 진정해라. 


  한편 공기 중의 마력 농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었다. 아르주나는 심호흡을 하며, 폐부로 스며드는 것들을 순환시키려 했다. 그러나 신비가 적은 현대에서 살아온 그에게는 이 농도가 너무 높다. 마술사로서 최고의 소양을 가진 그조차도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적대적인 마력. 아르주나는 이를 악물고 카르나를 노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했다. 카르나는 여전히 버서커를 진정시키려 하는 듯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들을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서번트에게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명령해둔 것을 새삼 후회하며, 아르주나는 3획의 령주가 새겨진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그 역시 카르나가 조금 전 한 것처럼 령주를 쓸 수 있다. 그러면 그를 강제로 이곳까지 소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령주를 쓰는 게 맞는 걸까. 령주를 한 획 쓰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아르주나의 고민을 종식시킨 것은,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늦었군. 미안하다, 마스터."


  "-카르나?"




  실체화한 그가 아르주나의 앞을 가로막았다. 자랑인 창을 들어 아르주나를 지키듯이 선 채로, 서번트 카르나는 뒤를 살짝 돌아보았다. 




  "네 명령보다 목숨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아르주나는 그를 노려보았다가, 중얼거렸다. 




  "……저쪽이 도중에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면, 저울질할 목숨도 없어졌겠죠."


  "그런 듯하군."




  서번트임에도 카르나의 어조는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아르주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대신 복도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적 마스터와 서번트를 돌아보았다. 


  자신의 서번트를 진정시키기에 바쁘던 카르나도, 아르주나의 앞을 가로막고 나타난 서번트의 얼굴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




  눈을 크게 뜬 채, 아르주나의 서번트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그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서번트는 조금 전과 썩 달라지지 않은 어조로, 아르주나에게 말했다.




  "마스터. 싸운다면, 가망이 없다. 여기선 후퇴하도록 하지."


  "……그렇습니까."


  "음, 저 버서커는 내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의외의 이유에,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그의 서번트는 아르주나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그리고 아르주나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바닥을 박차고 창밖으로 도약했다.




  "이런, 미친-"


  "혀를 깨문다. 입은 꽉 다물고 있어라."




  순식간에, 폭풍이 아래에서부터 휘몰아쳐 올라왔다. 


  가까워졌던 세상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현실감이 없었다. 그러나 그를 안고 있는 서번트의 팔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확실했다. 순식간에 바뀌는 주변의 풍경이, 떨어지는 것과 뛰어올라가는 것이 말하고 있었다. 


  운명은 이미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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