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kerato #샘플 / 캐스길카르
여느날과 다를 것 없는 평소의 가게.
"어머?"
타마모가 목소리를 높이며 카르나를 돌아보았다. 픽업 카운터 위에 쟁반을 올려둔 뒤 다시 커피 머신 앞으로 향하려다 말고 카르나는 발을 멈췄다.
"낫치, 오늘 휴일이었나요?"
"……아직 금요일이다만."
"그치만 이맘때에 절대 안 올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아서."
카르나는 타마모의 어깨 너머로 문 쪽을 건너다보았다.
그러게, 카페의 전면 창을 통해 의외의 사람이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아직 날은 밝다. 그가 늘 오는 때를 생각하면 확실히 이르다. 카르나는 잠깐 타마모를 향해 눈짓을 하곤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카운터 바깥으로 나갔다.
남자가 유리 문을 열고 들어온다. 문의 끄트머리에 달린 종이 딸강거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길가메쉬."
카르나는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아직 올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길가메쉬는 대답보다 먼저 카르나에게 꽃다발을 안겼다. 카르나가 꽃다발을 받아들자, 그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일찍 올 일이 있었지."
"그런가."
커다란 꽃다발을 두 팔로 안으며, 카르나는 길가메쉬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조금 비켜섰다.
"일이 일찍 끝난 건가?"
"일부러 먼저 끝내고 온 거다."
그렇게 말하며, 길가메쉬는 더 들어오지 않고 거기에 서 있었다. 들어오지 않는 그를 보며 카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평소에 비해 빨리 와서 그러는 걸까. 그가 퇴근해서 가게로 오면, 길가메쉬가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동안 카르나는 카운터를 정리하고, 그렇게 가게를 닫고 나서 둘이 동거하고 있는 집으로 가는 게 일상이었는데.
"안 들어올 건가?"
길가메쉬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평소와는 좀 다르다.
"……무슨 일이라도."
짐짓 걱정스러운 얼굴로 묻자, 길가메쉬는 카운터 안쪽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타마모를 향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은 먼저 데려가마."
"……네?"
"……길가메쉬?"
타마모도, 카르나도,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그야, 아직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무렵이다. 번화가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카페의 주중 피크 타임까지 한 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 여기에서 카르나가 빠지면 손이 하나, 아니 둘이 없어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길가메쉬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길가메쉬는 카르나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해서, 내게 어울려 줘야겠다."
물론, 타마모는 정말 싫어했다. 정말 싫어하면서도, 결국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내줬다. 그런 점이 타마모의 상냥함이라고 생각하며 카르나는 유니폼을 갈아입고 꽃다발과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
하지만 역시 평소의 길가메쉬라면 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딜 가는 건가?"
"일단은 저녁을 먹으러."
길가메쉬가 조수석에 앉아 있는 카르나를 흘끗 곁눈질하며 대답했다.
"저녁?"
한참 피크 타임을 앞두고 데리고 나와서는 저녁을 먹으러 간다니, 떨떠름한 목소리로 카르나는 다시 물었다.
"……지금 말인가?"
"그래. ……아, 혹시 저녁을 벌써 먹은 건 아니겠지."
"그건 아니지만, 중요한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일단은 식사부터다. 그건 나중에."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차는 익숙한 거리로 접어든다 했더니, 곧 카르나도 기억하고 있는 호텔의 입구로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대기 중이던 발렛 요원이 길가메쉬의 차를 알아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어서 오십시오."
운전석의 문을 열어주며 깍듯이 허리를 굽힌 그에게 길가메쉬는 짧게 인사하곤 내려섰다. 카르나도 그를 따라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내렸다.
"아, 제가 열어드렸어야 하는데."
"괜찮다."
"신경 쓰지 마라. 이쪽은 늘 그랬으니까. 주차는 부탁하지."
그렇게 말한 길가메쉬가 자신의 한쪽 팔을 구부려 카르나에게 내밀었다. 카르나는 자연스럽게 그의 팔에 팔짱을 꼈다.
호텔의 입구로 걸어가며 카르나는 물었다.
"정말 얘기 안 해 줄 건가?"
"좀 기다려라. 그렇게 성급해서야."
"한창 바쁠 때를 타마모에게만 맡겼으니까……."
"하루쯤은 이해해 줄 거다."
그야, 그렇긴 하겠지만.
"……너무 불편해하지는 마라. 내게도 하루 정도는, 널 독점할 수 있는 저녁이 필요한 법이니까."
길가메쉬는 그렇게 말하며 카르나의 귓가에 슬몃 코끝을 댔다. 다정하기 그지없는 스킨십이다. 카르나는 한숨을 내쉬는 대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타마모에겐 조금 미안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길가메쉬에게 아주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닐 테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는 길가메쉬의 말대로, 두 사람을 태운 전용 엘레베이터는 레스토랑이 있는 층에 멈췄다.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담 웨이터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십시오.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늘 앉곤 하던 자리로 안내받는다. 도시의 야경이 잘 보이는 자리다. 오늘은 시간이 이른 탓에 야경이 아니라, 도시 위로 노을이 가득 내려앉는 풍경이 보인다.
테이블 쪽에서 대기 중이던 두 명의 웨이터가 각각 카르나와 길가메쉬의 의자를 빼 주어,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자리에 앉았다.
유리잔의 반 정도까지 물이 채워진다.
"……조금 전의 그 이야기."
"아, 응."
물을 마시려다 말고 카르나는 길가메쉬를 바라보았다. 잔은 어느새 내려놓은 채다. 그걸 본 길가메쉬가 쓰게 웃었다.
"아니다, 물은 마셔라."
"……."
"물도 못 마시게 해서야. ……긴장할 것 없다."
"……네 그런 반응 때문에 더 긴장되고 있다만."
"뭐, 그것도 그럴 수 있겠군. 너무 신경쓰지 마라."
이렇게까지 뜸들일 얘기가 있단 말인가.
카르나는 지난 일 년 동안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하루 저녁을 통째로 비우고 그와 함께 있었던 적.
처음으로 같이 갔던 칵테일 파티? 생각해 보니 이때는 하루 전날 연락을 줘서 미리 시간을 빼놓기라도 했었다. 물론 그 다음날 타마모에게 스킨십을 어디까지 했으며 그날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등 시시콜콜하게 심문받았지만.
그 다음은 길가메쉬 주최의 크루징이었던가. 이날은 선상에서 1박까지 하게 되어 다음날 아침까지 시간을 비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녁을 비우고 그와 시간을 보낼 때에는 늘 길가메쉬의 사전 연락이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처럼 길가메쉬가 대뜸 가게로 찾아와 데리고 간 적은…….
"식전주입니다."
두 사람의 앞에 가느다란 잔이 놓인다. 카르나는 고개를 들어 웨이터를 바라보았다. 이곳에 길가메쉬와 올 때마다 늘 두 사람의 테이블을 담당하던 웨이터다. 그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싶었지만. 웨이터는 어디까지나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돌려주고는, 길가메쉬와 카르나의 잔에 늘 마시던 브랜드의 스파클링 와인을 따랐다. 그동안 마찬가지로 낯익은 다른 한 명의 웨이터가 카트를 끌고 와 에피타이저를 준비해 주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편히 불러주세요."
"지금은 괜찮다. 물러가 있어도 된다."
"예, 그럼."
카르나는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잔을 기울이며 길가메쉬 쪽으로 시선을 던졌지만, 길가메쉬는 평상시의 미소를 띤 채로 카르나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다.
아무래도 수상한 저녁 식사다.
'길카르ギルカル'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부로 표류하기를, (카르나TS) (0) | 2018.07.27 |
---|---|
Небо хочет упасть #상 / 테메레르 AU (0) | 2018.06.23 |
Ремонт #하 / 테메레르 AU (2) | 2018.06.17 |
Ремонт #상 / 테메레르 AU (0) | 2018.06.15 |
पुत्र / 엠프렉, 2세 (비밀번호 : putra) (0) | 2018.05.31 |